스톡옵션 부여 시점과 베스팅, 언제 얼마나 줘야 하나
미국식 4년 베스팅과 1년 클리프를 그대로 옮기면 한국 상법의 2년 재직 요건과 어긋납니다. 부여 시점, 행사가격, 재원 확보까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초기 기업이 좋은 사람을 데려올 때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습니다. 급여로 대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우니 지분 이야기를 꺼내게 됩니다. 문제는 그 이야기가 대부분 "나중에 지분 챙겨드릴게요" 라는 구두 약속에서 멈춘다는 것입니다.
이 약속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문제가 됩니다. 얼마를 언제 어떤 조건으로 주기로 했는지 양쪽의 기억이 다르고, 회사가 잘되면 잘되는 대로 안되면 안되는 대로 갈등이 생깁니다. 스톡옵션은 그 약속을 문서와 절차로 옮기는 장치입니다.
지분을 직접 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지분을 바로 넘기면 그 사람은 그 순간부터 주주가 됩니다. 다음 날 퇴사해도 지분은 그대로 가져갑니다. 반면 스톡옵션은 정해진 기간이 지난 뒤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입니다. 회사에 남아 조건을 채워야 실제 주식이 됩니다.
초기 인재 영입에 스톡옵션을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금 당장 지분을 떼어주지 않으면서도 회사가 커졌을 때의 몫을 약속할 수 있고, 중간에 떠나면 그 몫이 회사로 돌아옵니다.
한국에서 특히 주의할 점: 2년 재직 요건
실리콘밸리 관행을 그대로 들여와 "4년 베스팅, 1년 클리프" 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상법 제340조의4 제1항은 주식매수선택권을 주주총회 결의일부터 2년 이상 재임 또는 재직해야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기산점이 입사일이나 부여 계약일이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일이라는 점을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결의와 실제 부여·계약 시점이 벌어져 있으면 양쪽이 계산하는 날짜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즉 계약서에 "1년 근무 시 25% 확정"이라고 적어두어도, 결의일로부터 1년 3개월 만에 퇴사한 사람은 법정 요건을 채우지 못해 행사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베스팅 표만 보고 "나는 25%를 확보했다"고 생각한 직원과, 행사 시점에 안 된다는 답을 하게 되는 회사 사이에 분쟁이 생기는 지점입니다.
설계할 때 선택지는 둘입니다.
- 클리프를 2년으로 맞춘다 — 법정 요건과 계약이 일치해 설명이 깔끔합니다. 대신 지원자에게는 다소 길게 느껴집니다.
- 1년 클리프를 유지하되 명시한다 — 베스팅은 1년부터 쌓이지만 실제 행사는 2년을 채워야 가능하다는 점을 계약서와 설명 자리에서 분명히 밝힙니다.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은 받는 사람이 정확히 이해한 상태로 서명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몰랐다"는 말이 나오면 제도의 취지가 통째로 무너집니다.
부여 시점을 언제로 잡을 것인가
행사가격은 부여 시점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회사 가치가 오르기 전에 부여할수록 받는 사람의 이익은 커집니다. 그래서 "일찍 줄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무에서는 반대 방향의 고려도 있습니다.
- 너무 이르면 — 아직 그 사람이 회사에 맞는지 판단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지분을 약속하게 됩니다. 초기 6개월은 서로를 확인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 너무 늦으면 — 이미 회사 가치가 올라 행사가격이 높아졌고, 그 사이 그 사람의 기여는 이미 발생했습니다. 뒤늦은 보상은 동기부여로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입사 후 3~6개월 시점에 한 번, 이후 승진이나 역할 변화 시점에 추가 부여하는 구조가 무난합니다. 한 번에 몰아주지 않고 나눠 부여하면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계속 새로운 약속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재원을 미리 떼어두어야 합니다
스톡옵션으로 줄 수 있는 물량에는 한도가 있습니다. 상법은 비상장회사가 부여할 수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을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0 범위로 정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으면 이 한도가 발행주식총수의 50%까지 올라갑니다. 차이가 다섯 배라 인재 영입 계획의 폭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벤처기업 확인을 받아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실수가 창업자끼리 지분 100%를 나눠 가진 뒤에 인재 영입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스톡옵션 재원을 만들려면 결국 창업자들의 지분이 희석되고, 그 논의를 다시 해야 합니다.
처음 지분을 나눌 때 10% 안팎을 스톡옵션 재원으로 먼저 떼어두고 나머지를 나누는 것이 훨씬 수월합니다. 이건 공동창업자 지분을 반반으로 나누면 나중에 생기는 일에서도 마지막 체크리스트로 짚었던 항목입니다.
절차를 생략하지 마십시오
스톡옵션은 회사가 임의로 약속하면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정관에 근거를 두고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제도입니다. 벤처기업 확인을 받은 회사에는 이사회 결의로 갈음할 수 있는 특례가 있지만, 그 경우에도 요건과 한도가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절차를 건너뛴 채 계약서만 쓰면 나중에 행사 단계에서 효력을 다투게 됩니다. 부여 대상자에게는 이미 약속한 상태이므로 회사가 훨씬 불리한 위치에서 협상하게 됩니다.
부여 전 체크리스트
- 정관에 주식매수선택권 근거 조항이 있는가
- 필요한 결의(주주총회 또는 이사회)를 거쳤고 의사록을 남겼는가
- 행사가격의 산정 근거를 문서로 남겼는가
- 베스팅 일정과 법정 2년 재직 요건의 관계를 계약서에 명시했는가 (기산점이 주주총회 결의일임을 포함해서)
- 중도 퇴사 시 미확정분과 확정분의 처리를 정했는가
- 전체 발행주식총수 대비 부여 물량과 남은 재원을 관리하고 있는가
- 받는 사람이 행사 시점의 세금 부담을 이해하고 있는가
마지막 항목이 특히 자주 빠집니다. 스톡옵션은 행사하는 시점에 세금이 발생하는데, 비상장 주식은 행사해도 당장 팔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금은 나가는데 주식은 못 파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 서로에게 낫습니다.
스톡옵션은 좋은 제도이지만 설계보다 설명이 어려운 제도이기도 합니다. 표를 그려 몇 퍼센트라고 적는 일은 금방 끝나는 반면, 그것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실제 주식이 되는지를 상대가 정확히 이해하게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시간을 아끼면 나중에 훨씬 비싼 대화를 하게 됩니다.
세제 혜택과 벤처기업 특례는 요건과 한도가 개정되는 항목이므로, 실제 부여 전에 최신 기준을 변호사·세무사와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